사진노래 36. 제비하고 사는 집
우리 고장에는 삼월 끝무렵부터 제비가 찾아듭니다. 새끼 제비는 두 달 남짓 처마 밑 둥지에서 자란 끝에 어미 제비를 따라서 날갯짓을 익히고, 이때부터 하늘을 가르느라 신이 나요.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싱싱 가르는 기쁨을 맛본 제비는 처마 밑 둥지는 까맣게 잊습니다. 하늘을 날며 먹이를 잡아채는 솜씨까지 갈고닦으면 이제 ‘제비집’은 너른 들과 숲입니다. 기쁨이 어린 신나는 날갯짓으로 이곳저곳 마음껏 누비는 제비는 이윽고 바다를 건너가는데, 이듬해에 다시 찾아와 주렴 하고 손을 흔듭니다. 제비집(제비가 사는 집)을 떠나려는 새끼 제비가 빨랫줄에 앉은 모습을 마지막으로 지켜봅니다. 4348.8.16.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