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자전거 삶노래 2015.8.14.

 : 잠자리떼



저녁을 짓는다. 오랜만에 닭볶음을 한다. 뭔가 하나가 빠졌구나 싶어서 면소재지 가게에 다녀오기로 한다. 닭볶음은 좀 오래 끓일 테니 밥만 미리 지어 놓고 자전거를 달리기로 한다. 닭볶음은 곁님이 들여다보기로 한다.


어제는 곁님하고 아이들하고 퍽 오랫동안 자전거마실을 했다. 오늘 괜찮을 줄 알았는데, 생각 밖으로 몸이 많이 찌뿌둥하고 다리가 풀리지 않았다. 저녁에 아이들을 이끌고 면소재지를 다녀올 수 있지만 혼자 자전거를 달린다.


잠자리떼가 하늘을 덮는다. 이 잠자리떼는 어디에서 왔을까. 지난달부터 마을마다 농약을 아주 신나게 뿌리는데 용케 이 잠자리는 안 죽고 살았구나 싶으면서도, 이곳에서 뿌리는 농약바람에서 벗어나려고 저곳에 갔다가, 저곳에서 뿌리는 농약바람에서 살아나려고 이곳으로 오면서 고단하겠구나 하고 느낀다.


길바닥에 잠자리 주검이 많다. 자동차에 치여 죽은 잠자리도 있을 테지만, 이보다는 농약바람에 죽은 잠자리가 훨씬 많으리라 본다.


자전거 발판을 힘껏 구르니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셀 뿐 아니라, 잠자리가 내 얼굴과 몸에 퍽퍽 부딪힌다. 아차, 잠자리떼 사이를 달릴 적에는 잠자리가 나는 빠르기에 맞추어 좀 천천히 달려야겠구나. 발판질을 늦춘다. 발판질을 늦추니 잠자리가 더는 안 부딪힌다. 잠자리가 자동차에 치여서 죽는 까닭은 자동차는 잠자리가 미처 몸을 내뺄 틈을 안 주기 때문이로구나 싶다. 잠자리는 자전거에 부딪혀도 해롱거리거나 크게 다칠 수 있지만, 자동차에 부딪히면 바로 죽는다. 그리고, 잠자리는 자전거를 탄 사람한테 부딪혀도 깜짝 놀라기만 하고 안 다칠 수 있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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