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꽃 눈부시게



  “벼리야 저 꽃이 뭐지?” “응? 아, 모르겠어.” “배롱꽃. 어제도 보았어. 그제도 보았고.” “그래?” 마을 어귀를 지날 적마다 걸음을 멈추면서 배롱나무를 바라본다. 두 아이한테 이 나무가 ‘배롱나무’요, 배롱나무에 피는 꽃이니 ‘배롱꽃’이라고 이야기한다. 작고 붉은 꽃송이가 바닥에 떨어지면 “와, 곱다!” 하면서 줍는 두 아이인데, 막상 꽃이름을 아직 머릿속에 담지는 못한다. 뭐, 날마다 보고 또 보면서 가을이 깊을 때까지 다시 보면 그제서야 머릿속에도 담을 테지. 그리고, 머릿속보다 두 손에 담고, 가슴에 담으며, 오롯이 사랑스러운 눈망울과 마음에 담을 수 있기를 빈다. 눈부신 꽃을 보며 눈부신 꿈을 키운다. 4348.8.15.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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