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는 잎을 참 잘 갉아먹지



  애벌레는 잎을 아주 잘 갉아먹는다. 그야말로 남김없이 갉아먹는다. 어느 풀벌레는 잎에 구멍이 숭숭 나도록 갉아먹는데, 나비 애벌레는 사뭇 다르다. 나비 애벌레는 잎줄기도 가리지 않고 갉는다. 처음에는 잎줄기를 남기고 갉아먹는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잎사귀를 통째로 갉아먹는다.


  애벌레가 잎을 갉아먹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 ‘사각사각’ 하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시골순이가 옆에서 소리친다. “아버지, 애벌레가 잎 갉아먹는 소리가 되게 크게 들려요!” 그래, 그렇지.


  잎을 통째로 빼앗기는 나무는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기는 뭘, 대수롭지 않다. 잎을 갉아먹힌 자리나 다른 자리에서 새 잎이 살그마니 고개를 내민다. 새 잎이 고개를 내밀 때는 애벌레가 지나가서 다시 안 돌아오겠다고 할 만한 때이다.


  풀포기를 벌레가 갉아먹었으면 어떻게 하면 될까? 그대로 두거나 뜯으면 된다. 그대로 두어 벌레가 더 먹도록 하든지, 아니면 벌레 먹은 잎을 뜯어서 새 잎이 돋도록 하면 된다.


  곰곰이 살펴보면, 나무는 벌레한테 잎을 갉아먹히면서 한결 튼튼하면서 씩씩하게 살아가지 싶다. 다만, 나무 한 그루에 벌레가 너무 많지 않도록, 새가 바지런히 찾아와서 벌레를 알맞게 솎아 주어야지. 잎을 배불리 갉아먹고 낮잠에 빠진 애벌레는 아주 통통하다. 새들아, 우리 집에 통통하게 살진 애벌레가 아주 많단다. 다 잡아먹으면 안 되고, 몇 마리만 잡아먹으렴. 몇 마리는 아주 아름다운 나비로 깨어나도록 고이 놓아 주렴. 4348.8.12.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