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띠제비나비(청띠제비나비) 옮기기
마당 한쪽에 놓은 평상에 천막을 쳤다. 이 천막에 애벌레가 한 마리 떨어졌다. 얘야, 너는 어쩌다가 나무에서 떨어졌니? 나뭇잎을 갉아먹어야 할 애벌레는 천막에 붙어서 어쩌지 못한다. 이리 가지도 저리 움직이지도 못한다. 나무에서 떨어진 뒤 그야말로 무시무시하다고 느낄 만한 한때를 보내는 셈일 테지.
바닥에 떨어진 마른 후박잎을 주워서 애벌레를 옮긴다. 후박나무로 옮길까 하다가 초피나무로 옮겨 준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애벌레는 ‘초피잎을 좋아하는 범나비’ 애벌레가 아니라 ‘후박잎을 좋아하는 파란띠제비나비’ 애벌레였다.
하루가 지난 뒤 부랴부랴 초피나무를 살펴보지만 애벌레가 안 보인다. 스스로 잘 옮겨 갔을까? 파란띠제비나비가 좋아하는 후박나무로 잘 옮겨 갔을까? 잘 갔을 테지? 잘 갔으리라 생각하면서 숨을 돌린다. 4348.8.12.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