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박나무에 애벌레가 잔뜩
후박나무에 애벌레가 잔뜩 생겼다. 한꺼번에 얼추 스무 마리는 깨어난 듯싶으나, 안쪽 깊숙하거나 높직한 자리에는 더 많이 기어다닐는지 모른다. 요즈막에는 멧새가 우리 집 후박나무에 덜 찾아온다. 이레쯤 앞서까지만 해도 마을마다 농약을 엄청나게 쳐대느라 멧새가 마을 가까이로는 안 오려고 했을 수 있고, 딱 이맘때는 후박나무 열매도 거의 다 떨어져서 멧새가 찾아올 일이 드물 수 있다. 애벌레가 한꺼번에 잔뜩 깨어나서 돌아다닌다면, 새가 잡아먹는 일이 드문 때라는 뜻이겠지. 더군다나 우리 집 제비도 새끼가 모두 둥지를 벗어난 뒤부터 집 둘레에는 얼씬하지도 않는다. 참새도 새끼를 다 깐 뒤에는 우리 집 둘레를 몇 차례 드나들지 않고 들에서만 논다. 워낙 잎이 많으니 어느 만큼 갉아먹어도 후박나무는 거뜬하리라. 갉아먹힌 잎이 있으면 새로 돋을 잎이 있을 테고, 슬슬 찬바람이 불 테니, 애벌레도 얼른 자라서 고치를 틀어 나비나 나방으로 깨어나야겠지. 4348.8.11.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