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호박꽃
칠월부터 호박꽃이 피어 팔월에도 날이면 날마다 호박꽃이 피고 지기를 되풀이한다. 일찌감치 꽃이 진 자리에서는 동글동글한 알이 맺히는데, 처음 맺히는 알은 아주 조그마하면서 샛노랗다. 새끼손톱보다 작은 알이 굵어지면서 노란 기운이 사라지고, 찬찬히 푸른 기운이 퍼진다.
다른 꽃을 볼 적에도 ‘열매부터 생각하지’는 않지만, 호박꽃을 볼 적에도 ‘언제 열매가 잘 익어서 맛나게 먹나’ 하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하고 싶지만, 호박꽃을 보면 ‘머잖아 야무진 열매를 얻겠네’ 하는 생각으로 든든하다. 뙤약볕을 받으면서 더욱 노랗게 빛나는 한여름 호박꽃을 살살 어루만진다. 4348.8.9.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