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32. 웃음을 참을 수 없어
큰 종이상자에 들어간 두 아이는 저마다 다르게 놉니다. 한 아이는 큰 종이상자에 작은 걸상을 들여놓고 책을 펼칩니다. 한 아이는 큰 종이상자에 스스럼없이 드러눕습니다. 히죽거리고 깔깔거리면서 놀다가, 슬쩍 종이상자를 들여다보니 작고 귀여운 아이는 눈을 질끈 감고서 ‘안 보이는 척’합니다. 얘야, 네가 눈을 질끈 감는대서 남이 너를 못 보겠니? 그저 스스로 즐겁게 놀 때에 즐겁고, 그저 스스로 즐겁게 찍을 때에 즐겁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알맞춤한 빛’을 맞추어야 하거나 ‘예쁜 모델’을 만나야 하거나 ‘멋진 곳’을 찾아야 하지 않습니다. 그저 코앞을 보면 됩니다. 4348.8.9.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