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글 읽기

2015.8.6. 큰아이―아버지 말을



  밥을 짓는데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이 생각을 마음속으로 붙잡아야겠구나 하고 느끼면서 곰곰이 돌아보다가 문득 큰아이를 떠올린다. 큰아이더러 ‘아버지 말’을 받아적어 달라고 해 볼까? “벼리야?” “응?” “연필하고 종이 가져올 수 있니?” “왜? 기다려 봐.” 부엌에서 밥을 짓느라 내 손으로 글을 남길 수 없으니, 입으로 큰아이한테 이야기를 한 마디씩 읊는다. 큰아이는 받아쓰기처럼 받아서 적다가 힘이 든다며 왼손으로 연필을 바꿔 잡고 쓰다가 마지막에 다시 오른손으로 연필을 쥔다. 고맙구나. 네가 아버지 생각을 받아서 적어 주었기에, 이 생각을 한결 재미나게 갈무리할 수 있었어. 참으로 멋지고 훌륭한 글순아, 고맙디고맙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글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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