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옷’을 새롭게 빨다



  아기 옷을 꺼내어 빨래를 한다. 이태쯤 묵힌 아기 옷을 물에 담근 뒤에 복복 비벼서 빨래를 한다. 곁님 동생이 올해에 아기를 낳았는데, 여러모로 아기 옷이 많이 들기에 우리 집에 건사한 옷가지를 보내려 한다. 우리 집 두 아이는 그야말로 개구지게 놀았으니 깨끗하게 남은 옷이 없다. 참말 없다. 가까이 잘 아는 사이가 아니라면 우리 아이들이 입던 옷을 줄 수 없다고 느낀다. 조금 더 일찍 옷을 보내 달라고 말했으면 볕이 아주 대단했던 요 며칠 동안 아주 잘 말려서 오늘쯤 보냈을 테지만, 오늘 옷을 챙기느라 오늘 보내지 못하고, 주말에도 보내지 못한다. 그래도 주말 내내 햇볕에 더 뽀독뽀독 새로 말릴 수 있을 테지.


  우리 아이들이 입던 옷은 새로 장만하거나 선물받은 옷이 여럿 있으나, 이웃님이 보내 준 옷이 무척 많다. 꽤 많은 아이들이 입으면서 신나게 놀던 옷이다. 이 옷을 곁님 동생이 낳은 아이가 물려받아서 입을 수 있다니, 재미있으면서 반갑고 고맙다.


  저녁에 두 아이 옷가지를 빨래하면서 새삼스레 돌아본다. 여덟 살이랑 다섯 살 아이가 입는 옷이랑 한두 살이나 두세 살 아기가 입는 옷은 사뭇 다르다. 참말 조그마한 옷인데, 아기는 하루에도 옷을 여러 벌씩 갈아입힌다. 두 아이를 오늘까지 키우면서 빨래를 얼마나 했는지, 두 아이가 이 옷을 걸치고 얼마나 신나게 뛰놀았는지 돌아보니 괜히 찡하고 아련하다. 4348.8.7.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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