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를 톡톡



  허리를 톡톡 두들기면서 눈을 뜬다. 오늘은 어떤 밥을 차리고 아이들하고 무엇을 할까 하고 생각에 잠긴다. 살며시 눈을 감고 바람결하고 새벽 햇살을 헤아린다. 어제 처마 밑 둥지에서 모두 떠난 제비는 밤잠을 자려고 돌아오기는 했는지 궁금하다. 하지를 지난 뒤부터 동이 조금씩 늦게 트는 줄 느낄 수 있고, 해도 차츰 일찍 지는구나 하고 느낀다. 그렇다고 한여름 새벽과 밤이 짧지는 않다. 아직 넉넉히 길다.


  하지를 지난 지 열흘쯤 되니 한낮 땡볕을 쬐며 풀을 뽑아도 땀이 줄줄 흐르지는 않는다. 볕이 좀 뜨끈뜨끈하구나 싶을 뿐이다. 오늘 아침도 해가 새롭게 뜨고, 아이들은 새롭게 일어나며, 다 같이 새로운 일하고 놀이를 누려야지. 비가 한 줄기 쏟아지면 골짜기에 갈 텐데, 비님은 언제 오려나. 작은아이가 비 좀 오라고 그림을 두 점 그렸다. 4348.8.5.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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