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를 떠난 제비는 곧



  둥지를 떠난 제비는 꽤 오랫동안 빨랫줄에 앉아서 망설이는 듯 보이지만, 아침 아홉 시에 모두 날아올라 이제 더 돌아오지 않는다. 아마 한낮에 한두 차례 살짝 마당이나 지붕 위로 날다가 해질녘에 둥지로 돌아와서 잠들 테지. 날갯죽지에 힘이 붙을 때까지 새벽과 밤에만 살짝 노랫소리를 남기고, 하루 내내 온 하늘을 날면서 논다.


  ‘내가 키운 새끼 제비’는 아니나, 새끼 제비가 모두 둥지를 떠난 마당은 무척 쓸쓸하다. 갑작스레 아주 고요하다. 밥 달라며 울어대던 제비가 세 시간 만에 날갯짓을 익혀서 어미랑 언니들하고 멀리 날아가고 난 뒤에는 한동안 아무런 흐름이 없는 듯하다 싶기도 하다.


  마당 한쪽에서 풀을 뜯고 뽑는다. 밥에 넣을 모시잎을 뜯으면서 강아지풀하고 사광이아재비를 뽑는다. 등판으로 햇볕이 쏟아지고 땀이 흐른다. 거미줄이 보이고 잠자리가 난다. 아이들은 새벽부터 제비를 구경하며 놀더니, 이제는 다른 놀이에 폭 빠졌다. 나도 내 일을 해야지. 오늘은 멸치와 가지를 볶자. 감자도 볶고 이것저것 반찬을 잔뜩 차리자. 4348.8.4.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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