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26. 흔하지 않으면서 흔한 모시밥


  모시밥을 짓습니다. 모시잎을 말려서 가루로 빻은 뒤에 모시가루를 섞어서 밥을 지을 수 있으나, 그때그때 모시잎을 뜯어서 잘게 썬 뒤에 모시밥을 지을 수 있어요. 봄부터 가을 끝자락까지 스스로 잘 돋는 모시풀이니, 세 철 동안 즐겁게 모시밥을 먹고 겨울에는 무밥이나 유채밥을 먹자고 여깁니다. 예전 사람들처럼 모시풀에서 실을 얻어 옷을 짓지는 못하지만, ‘제철밥’을 누립니다. 모시풀이 없는 곳에서는 모시밥을 못 먹을 테지만, 모시풀이 흔한 곳에서는 날마다 먹습니다. 둘레를 살펴보며 삶을 짓습니다. 그리 대단한 밥은 아닐 테지만, 내 보금자리에서 얻거나 누릴 수 있는 기쁨을 스스로 찾습니다. 4348.8.2.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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