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 범나비
나비는 여느 때에는 그야말로 쉬지 않고 팔랑거리면서 춤을 춘다. 춤을 추는 나비를 사진으로 잡아채기란 몹시 어렵다. 그런데, 짝짓기를 하는 나비는 대단히 얌전하다. 나비가 짝짓기를 하는 동안에는 바람조차 잠들고 아뭇소리가 안 들린다. 이렇게 고요한 숨결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한 발짝씩 천천히 다가선다. 부디 나비가 내 발자국을 느끼지 않기를 바라면서, 부디 나비가 그대를 헤살 놓으려 하지 않는 사람이 가만히 바라보고 싶을 뿐인 줄 느껴 주기를 바라면서.
범나비 두 마리가 짝짓기를 하려는 줄 먼발치에서 알아채고는 자전거를 멈추었다. 아이들한테도 목소리도 발소리도 죽이라고 하고는 함께 천천히 다가섰다. 암수 나비가 사이좋게 어울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숲을 환하게 빛내면서 아름답다. 사랑스럽다. 4348.8.2.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