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40] 살림밥
요사이는 어디에서나 ‘가정주부’나 ‘주부’ 같은 말을 쓰지만, 고작 쉰 해나 백 해 앞서를 떠올리면 이런 말은 어디에서도 안 썼어요. 예전에는 어디에서나 누구나 ‘살림꾼’을 말했어요. 살림을 야무지게 한대서 살림꾼이기도 하지만, 살림하는 사람이라면 으레 살림꾼입니다. 집에서 집살림을 건사하는 사람이라면 가시내도 사내도 모두 살림꾼이에요. 나는 어버이로서 살림꾼이 되자고 생각하고, 우리 아이들도 앞으로 씩씩하고 슬기로운 살림꾼으로 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더 생각해 봅니다. ‘살림지기’가 되고 ‘살림벗’이 되며 ‘살림님’이 되기를 바라요. 숲지기처럼 집살림을 지킬 수 있는 살림지기요, 이웃이나 벗처럼 어깨동무를 할 수 있는 살림벗이며, 하느님이나 곁님처럼 아름다운 살림님입니다. ‘살림’은 “살리는 일”입니다. 그래서, 살리는 밥을 짓는 살림꾼이라면 ‘살림밥’을 짓습니다. 서로서로 고운 숨결을 살리거나 북돋우는 말을 들려준다면 ‘살림말’을 나누어요. 이웃을 아끼면서 착한 마음을 살리려 한다면 ‘살림넋’이 곱다고 할 만합니다. 예부터 살림을 건사하던 살림지기·살림님이 부르던 노래는 ‘살림노래’입니다. 노동요도 민요도 아닌 살림노래라고 할 수 있어요. 4348.8.1.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