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49. 돈으로 살 수 없는



  강의나 강연을 다니면서 아이들을 이끄는 어버이는 드물리라 느낀다. 대학교이든 초·중·고등학교이든, 학생을 가르치는 어른 가운데 이녁 아이를 옆에 두고서 학생하고 마주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모두 보육시설이나 다른 학교에 아이를 맡길 테지. 나는 웬만하면 아이들을 모두 이끌고 ‘강연마실’을 다닌다. 아이들은 오랫동안 달리는 시외버스에서도 잘 놀고, 어디에서라도 씩씩하게 논다. 닷새에 걸쳐 강연마실을 다닌 뒤 고흥으로 돌아와서 읍내에 내렸고, 큰아이가 긴머리를 깎고 싶다 해서 머리방에 들렀더니, 머리방지기 아저씨가 “돈으로 살 수 없는 큰 경험”을 아이들한테 준다면서 웃으셨다. 이 말을 곰곰이 되새긴다. 나는 참말 돈으로 살 수 없는 삶을 아이들한테 선물할까? 아무렴, 그렇지. 내가 아이들한테 돈을 주는 일은 없다. 나는 오직 이 아이들하고 시골에서 함께 웃고 놀면서 살림을 가꾸는 하루를 누린다. 4348.7.30.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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