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생각합시다 3


 고객의 입장에서 친절히 봉사하겠습니다


  아이들을 이끌고 인천으로 나들이를 가서 지하철을 탔습니다. 시골에는 버스만 있고 전철이나 지하철이나 기차가 없습니다. 시골아이는 지하철을 재미나게 여기면서 즐겁게 타면서 놉니다. 지하철에서도 뛰고 달리면서 노는 아이들을 지켜보다가 안내방송을 듣습니다. 고운 목소리로 “고객의 입장에서 친절히 봉사하겠습니다” 같은 이야기가 흐릅니다.


 고객(顧客) : ‘손님·단골손님’으로 고쳐쓸 낱말

 입장(立場) : ‘자리·눈높이’로 고쳐쓸 낱말

 친절(親切) : 따스하거나 살갑거나 고분고분한 모습

 봉사(奉仕) : 남을 돌보려고 힘을 바치거나 애씀


  지하철 안내방송에서 흐르는 말은 토씨만 빼면 “고객 입장 친절 봉사”입니다. 이러한 말투는 일제강점기에 군국주의를 내세운 제국주의 권력자가 흔히 외치던 말투입니다. ‘고객’이나 ‘입장’은 고쳐쓸 낱말이라 하더라도 ‘친절’이나 ‘봉사’는 널리 쓸 만하다고 여길 수 있는데, 이 한자말을 엮은 모습을 보면 한국말이 아니라 ‘틀에 박힌 정치 선전문구’라고까지 할 만합니다.


 손님 눈높이에서 친절히 봉사하겠습니다

 손님 여러분한테 따스히 애쓰겠습니다


  지하철을 탄 손님 모두한테 따스한 몸짓이나 웃는 얼굴로 마주하겠다는 뜻을 밝히려는 안내방송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웃고 친절한 지하철이 되겠습니다”라든지 “늘 친절하게 손님 여러분을 모시겠습니다”처럼 안내방송을 할 수 있습니다. 4348.7.30.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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