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23. 다듬은 파랑 주름진 손


  파 한 뿌리도 시골에서 태어납니다. 아주 조그마한 씨앗에서 파가 자라고, 잘 자란 파는 시골지기가 손으로 하나하나 끊고 다듬어야 비로소 저잣거리에 나옵니다. 파를 뽑는 기계가 없으며, 파를 다듬는 기계가 없습니다. 시골지기는 흙을 만지고 주무르면서 파 한 뿌리를 얻고, 이렇게 얻은 파를 찬찬히 손질하면서 도시사람이 즐겁게 먹을 수 있도록 내놓아 줍니다. 다듬은 뿌리하고 줄기는 흙으로 돌아가서 다시 파를 비롯한 남새가 잘 자라도록 거름이 됩니다. 흙빛으로 주름진 손끝에서 짙푸르면서 새하얀 삶이 사랑스럽게 샘솟습니다. 4348.7.29.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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