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마는 글



  고흥집을 나흘 비운 뒤 닷새 만에 돌아온다. 아이들이 잘 놀아 주었고, 잘 돌아다녀 주었다.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 글을 하나 쓰려고 하는데 온몸에서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제발 글쓰기는 그만두고 잠이나 자라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몸에서 들려주는 소리대로 그저 잠이나 잘까 하고 생각하다가, 문득 생각한다. 내 삶은 몸이 흐르는 대로 가는 삶인가, 아니면 마음이 바라는 길로 가면서 꿈을 이루는 삶인가? 이런 생각이 마음속으로 스미니, 몸이 잠을 부르려 하더라도 잘 수 없다. 그래서, 잠은 좀 떨치기로 하고서, 쓰려고 하는 글을 하나 마무리짓자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스스로 쓰려고 하니까 쓰고야 마는 글이다. 4348.7.29.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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