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온 세 사람



  나흘 밤을 다른 고장에서 자면서 지낸 뒤 고흥집으로 돌아온다. 수박을 장만해서 택시를 타니 작은아이는 어느새 잠들고, 큰아이도 졸음이 쏟아지지만 꿋꿋하게 참는다. 작은아이는 한숨을 자고 일어나지만, 큰아이는 부시럭거리면서 그림책을 읽는다. 나는 이동안 짐을 풀고 빨래를 하며 이불을 내다 넌다. 닷새 동안 집을 비운 사이 집안이 축축하다. 작은아이가 깨고 나서 방바닥에 불을 넣으면서 두 아이를 씻긴다. 햇볕이 후끈후끈하니, 이불이 곧 마른다. 자는 방을 훔치고 물병을 채우니 땀이 다시 쏟아진다. 아무튼 이제 집이다. 등허리가 아주 뻑적지근하다. 잘 다녔고, 잘 일했으며, 잘 놀았고, 잘 다녀왔다. 우리 집 나무와 풀과 꽃한테 인사를 한다. 4348.7.28.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