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없는 사진말

1. 재미난 말 한 마디



  2015년 동강사진축제 워크샵을 어제 마친다. 여러 날에 걸쳐 여러 사진이웃하고 사진을 놓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 자리에서 여러 사진이웃은 ‘과거 권위에 기대어 떡고물이 떨어지기를 바란다’면 ‘과거 권위자가 떨어뜨려 주는 떡고물만 받아먹을 수 있다’는 대목을 짚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스로 새로운 길을 찾거나 살피거나 열려고 애쓰면, 언제나 스스로 새로운 길을 찾아내거나 알아차리거나 열어젖힐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한국에서 사진기 갖춘 사람이 많고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으나, 막상 사진책이 안 팔리고 사진밭이 두루 어지럽거나 어설픈 까닭은, 몇몇 ‘우상’을 ‘사진인·사진집단’이 스스로 세워서 이들 언저리에서 떡고물잔치만 벌였기 때문이라까지 말할 만하다고 한다.


  곰곰이 돌아보면, 어떤 일이든 스스로 바라는 대로 이룬다. 스스로 즐거우려고 하는 사람은 스스로 즐겁다. 남이 나를 웃게 해 주기를 바라는 사람은 텔레비전이나 영화나 책을 자꾸 찾아야 할밖에 없다. 스스로 삶을 새롭게 지을 때에 스스로 새롭다. 대통령이 뭘 해 주거나, 시장이나 군수가 뭘 도와주어야 하지 않는다.


  책을 읽는다고 할 적에도, 내가 스스로 나한테 맞는 책을 살펴서 스스로 읽어야, 내 마음이 살찔 수 있다. 남이 내 책을 알려줄 수 없다. 남이 내 몫을 읽어 줄 수 없다.


  한국 사진밭을 놓고, 나는 한 마디를 보태고 싶다. 한국 사진밭은 ‘내 것’조차 없으면서 ‘네 것’만 쳐다본다. 한국 사진밭은 서양 이론이나 작가나 흐름을 그야말로 종교나 우상처럼 섬기기만 할 뿐, 이녁 스스로 이야기를 일구려 하지 않는다. 롤랑이나 손택은 수많은 ‘글(이론)’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남이 쓴 글에 기대면 내 생각이 자라지 않는다. 남이 쓴 글은 즐겁게 읽고 덮어야 한다. 내가 할 말을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존 버거라든지 필립 퍼키스 같은 분들도 몹시 훌륭하다고 여길 만하기는 한데, 이분들도 수많은 글(이론)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는 이런 모든 이름을 내려놓고 내 넋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4348.7.27.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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