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밥’이 괴로운 아이들



  고흥집을 나선 뒤 사흘째 바깥잠을 자면서 바깥밥을 먹는데, 아이들이 두 가지 대목에서 괴롭다고 여긴다. 첫째, 마음 놓고 뛰놀기가 쉽지 않다. 둘째, ‘매운밥’밖에 없어서 밥을 먹기가 쉽지 않다.


  도시라는 곳은 아이들을 제대로 헤아리지 않기 마련이라, 거님길에도 자동차가 떡하니 올라서거나 오토바이가 붕붕 가로지르기까지 하니, 더군다나 거님길이 무척 좁고 골목에서도 자동차 때문에 느긋하게 걷기 어렵다. 시골집과 시골마을처럼 아이들이 이마에 구슬땀을 흘리면서 달릴 만한 곳이 없는 도시이다. 그런데, 놀이는 둘째치고라도 밥이 아이들을 괴롭힌다. 어디를 가도 맵거나 짜거나 달다.


  매운밥은 어른인 나도 괴롭다. 도시에서는 모든 반찬에 고추와 고추가루를 넣어야 한다고 여기는구나 싶다. 마늘만 넣어도 되고, 파를 넣으면 되는데, 굳이 모든 반찬에 고추를 왜 넣어야 할까? 모든 국에 고추랑 고추가루를 꼭 넣어야 할까 궁금하다. 밥집에서는 고추나 고추가루를 ‘밥 먹는 사람이 스스로 맞춰서 넣도록’ 간이나 양념은 부드럽거나 살짝 싱겁게 주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은 두 가지를 바란다. 첫째, 집 놀이터. 둘째, 집밥. 4348.7.27.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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