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선수 자와 씨 3
미시마 에리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536



‘여자 야구선수’ 만화를 그리는 마음?

― 고교야구선수 자와 씨 3

 미시마 에리코 글·그림

 강동욱 옮김

 미우 펴냄, 2012.6.15



  미시마 에리코 님이 빚은 만화책 《고교야구선수 자와 씨》(미우,2012) 셋째 권을 읽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이 만화책을 그린 분은 《터치》라는 만화를 무척 좋아한다고 밝힙니다. 《고교야구선수 자와 씨》 셋째 권을 보면 두 군데 즈음 《터치》를 살짝 이야기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야구를 말하는 소년 만화’를 좋아한다면, 아다치 미츠루 님이 빚은 《터치》라는 작품을 좋아할 수 있으리라 느낍니다.


  《터치》를 좋아한다는 마음을 드러내는 《고교야구선수 자와 씨》이다 보니, 넌지시 ‘소년(또는 남자)’한테 성감대를 건드리는 모습을 끼워넣을 수 있겠구나 하고 느껴요. 그리고, 이런 대목이 《고교야구선수 자와 씨》 셋째 권에서도 나오다 보니, 나로서는 이 만화책이 따분하구나 하고 느낍니다. 굳이 그런 대목을 끼워넣어야 할까요? 그런 대목으로도 재미난 이야기를 엮을 수 있을 테지만, 그저 그런 대목을 끼워넣어서 ‘가벼운 성감대 자극 상상’을 부추기는 모습으로 엮는 만화책은 어쩐지, 막상 나눌 만한 이야기는 잊어버리는 만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색소폰 소리, 드럼과 베이스 소리, 톱과 쇠망치 소리, 복도에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와 발소리. 방과 후의 소리 사이로 야구 소리가 들린다. (15쪽)



  《고교야구선수 자와 씨》 셋째 권을 보면, 신문사에서 ‘자와 씨’를 만나러 와서 취재를 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 대목에서 자와 씨는 취재에 아무런 마음이 없습니다. 얼른 훈련을 해야 하는데, 취재 때문에 훈련을 못 하니 성가십니다. 무엇보다도, 신문사 취재기자는 자와 씨가 스스로 말문을 열도록 이끌 만한 이야기를 묻지 못합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고교야구선수 자와 씨》를 그린 만화가는 ‘남자만 득실거리는 야구부에서 선수로 함께 뛰려는 여학생’을 그리기는 하되, 아무런 이야기를 따로 길어올리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남자만 있는 곳에 여자가 하나 있네, 하는 모습만 먼발치에서 구경하듯이 그린다고 할까요.



“여자도 시합에 출전할 수 있는 리틀이나 시니어 야구와 달리 체력적인 면에서도 고교에서 야구를 계속하는 건 힘들지 않나요? 어떤 이유로 이 닛센고라는 명문 팀에 들어올 마음을 먹었나요?” “……, 어쩌다 보니.” “어쩌다 보니, 라.” (80∼81쪽)



  먼발치에서 구경하는 작품이 재미없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먼발치 구경도, 이러한 구경대로 뜻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먼발치 구경을 재미있어 할 사람은 재미있어 하면 됩니다. 아다치 미츠루 님 작품은 여러 가지 장만해서 읽기는 했으나, 이분 작품을 ‘우리 아이한테 물려주어서 읽혀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삼각관계·반쯤 영웅·소년 성감대 자극, 이렇게 세 가지를 빼고는 아무것도 흐르지 못하는 작품이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세 가지를 놓고 독자를 많이 끌어모을 만한 붓질과 입체구성을 잘 한다고 하는 대목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1학년 꼬맹이인 우리가 허물없이 말을 걸 수 있는 건, 일부 2학년 정도다. 3학년은 물론이고, 2학년 주전 중에도 인사 빼고는 대화를 한 번도 나눠 본 적 없는 사람도 많다. (151쪽)



  만화책 《고교야구선수 자와 씨》는 어떤 작품이 될까요? 책이름 그대로 ‘고교야구선수’하고 ‘자와 씨’ 이야기입니다.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닙니다. 더 읽을 이야기도 없고, 덜 읽을 이야기도 없습니다. 한국말로 넷째 권도 나왔으나, 나는 셋째 권을 사서 읽은 뒤, 뒤엣권은 더 사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제는 너무 재미없기도 하고, 아이들한테 물려줄 만한 작품이라는 느낌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셋째 권은 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셋째 권을 보니, 첫째 권하고 둘째 권에서 흐르던 이야기는 ‘고교야구선수’나 ‘자와 씨’ 이야기하고도 동떨어진 채 이냥저냥 붙인 겉치레는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4348.7.16.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