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20. 할머니 손을 거쳐서



  할머니가 아이한테 씨앗을 건넵니다. 아이는 할머니한테서 받은 씨앗을 손바닥에 곱게 올려놓고 한 톨씩 살살 집어서 흙으로 옮깁니다. 밭에서 함께 일하니 밭순이가 된 시골순이는, 씨앗을 심는다기보다 아주 곱게 천천히 옮깁니다. 어느 모로 보면 느린 몸짓이지만, 땅에 심는 씨앗을 한 톨씩 낱낱이 살피면서 아끼는 숨결이라고 할 만합니다. 후딱 끝내야 하는 밭일이 아니라, 기쁜 넋으로 곱게 하는 씨앗심기가 될 때에, 나중에 이 씨앗이 자라서 맺는 열매를 고맙게 얻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흐르는 핏줄이, 먼먼 옛날부터 흐르는 핏줄이, 오늘 이곳에 있습니다. 4348.7.16.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