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나비 애벌레



  해마다 우리 집에서 깨어나는 범나비가 있다. 그러니, 해마다 우리 집에 알을 낳는 범나비가 있고, 우리 집에서 자라는 애벌레가 있다. 어느 해에는 이 아이들을 만나기도 하고, 어느 해에는 미처 못 보기도 한다. 우리가 보거나 말거나 범나비 애벌레는 씩씩하게 초피잎을 갉아먹으면서 자란다. 무럭무럭 크고, 그야말로 통통한 몸을 꼬물거리면서 잎을 천천히 갉는다.


  한참 동안 애벌레를 지켜본다. 아이하고 함께 지켜본다. ‘거짓눈’도 보고, 다리가 얼마나 짧은지도 보며, 입이 얼마나 작은지도 본다. 바람이 불거나 비가 와도 떨어지지 않는 놀라운 모습을 본다.


  많이 먹으렴. 너희가 잎을 갉아도 우리 집 초피나무는 아직 잎을 많이 매달지. 너희가 배불리 먹고도 넉넉히 남는단다. 초피나무에서 태어난 애벌레를 바라보는 동안 어느새 내 몸에는 초피잎 알싸한 냄새가 짙게 밴다. 4348.7.14.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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