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자전거 삶노래 2015.6.28.

 : 풀밭에 눕는 자전거



우리는 어디에서나 논다. 놀이공원이나 놀이터에 가야만 놀지 않는다. 뛰고 달리면서 노래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나 놀이터가 된다. 춤추고 웃으면서 이야기잔치 누리는 곳이라면 어디나 놀이공원이 된다. 그래도 면소재지 초등학교에 있는 놀이터에 가끔 나들이를 간다. 철봉에도 매달리고, 미끄럼틀도 탄다. 그네가 없어 아쉽지만, 이곳에 있는 대로 즐긴다.


셋이 함께 탄 자전거는 초등학교 풀밭에 누인다. 풀밭에 누운 자전거는 느긋하게 쉰다. 나도 이 풀밭에 드러눕고 싶으나, 우리 집 풀밭이 아니기에 어떤 농약을 뿌렸을는지 모르니, 섣불리 눕지는 않는다. 큰돌에 앉고, 큰나무에 등을 기댄다.


옴팡지게 땀을 흘리며 논 아이들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꽃나무 앞에 서서 한참 꽃내음을 맡는다. “집에 안 가고 뭐 해요?” “꽃냄새 맡지.” 서두르지 말자. 꽃도 하늘도 길도 논도 나무도 찬찬히 바라보면서 우리 집으로 느긋하게 가자.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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