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17. 비 오는 날 파를 끊기


  여덟 살 아이도 부엌칼을 쓰고 싶습니다. 아직 여덟 살 아이한테 부엌칼을 손에 쥐도록 하지 않으나, 가끔 작은 칼을 건넵니다. 마당에서 파를 뜯거나 자를 적에 여덟 살 아이한테 심부름을 맡기면서 한 줌 훑어 보라고 말합니다. 비 오는 날 파를 끊으려고 마당을 빙 도는 큰아이를 보고는 다섯 살 동생이 “나도! 나도!” 하고 외칩니다. 여덟 살 큰아이는 동생더러 “너는 아직 안 돼.” 하고 말합니다. “나도 하고 싶은데.” 하고 말하는 동생한테 “그럼 너는 우산 좀 씌워 줄래?” 하고 말합니다. 작은아이는 누나한테 우산을 받쳐 주면서 칼놀림을 살펴봅니다. 4348.7.11.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