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전화기 숨바꼭질
오늘 낮에 고흥 도화중학교 푸름이하고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그래서 책이랑 공책을 챙겨서 자전거를 타고 찾아가려는데, 서재도서관에 들러 전화를 하려니 전화기가 안 보인다. 어디로 갔을까? 틀림없이 가방 옆주머니에 넣었는데. 자전거를 몰면서 내가 지나온 길을 샅샅이 더듬지만 전화기가 안 보인다. 하는 수 없이 손전화기를 어디에서 잃었는지 모르는 채 도화중학교로 간다.
이야기를 마치고 집으로 와서 곁님 손전화 기계를 빌린다. 곁님 손전화 기계로 전화를 걸면서, 자전거로 지나온 길을 아이들하고 찬찬히 되짚는다. 아이들은 땡볕에 걸어다녀도 웃으면서 논다. 고맙고 예쁘네.
잃거나 떨어뜨렸다고 여긴 전화기는 서재도서관에 있다. 어떻게 저 자리에 있었을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손전화 기계는 어떤 봉투 밑에 얌전히 누워서 숨바꼭질 놀이를 했다. 허허, 요 녀석.
두어 시간 남짓 고요하게 숨바꼭질을 하던 손전화 기계를 찾아서 집으로 돌아간다. 땀으로 젖은 옷을 벗어서 빨래한다. 마당에 옷을 넌다. 기지개를 켠다. 칠월 십일 하루가 천천히 저문다. 4348.7.10.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