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자전거 삶노래 2015.7.8.
: 개구리 폴짝
저녁에 혼자 비옷을 입고 자전거를 달린다. 빗줄기는 비옷하고 자전거를 때린다. 자전거는 빗길을 가른다. 해가 떨어지고 비가 오는 시골길에는 개구리 노랫소리만 가득하다. 경운기도 짐차도 지나가지 않는다. 고즈넉한 길이 사랑스럽다.
면소재지에 들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개구리가 폴짝폴짝 뛰는 모습을 본다. 건너편에서 개구리가 뛰네 하고 생각하는데, 내가 자전거를 달리는 쪽에서도 개구리 한 마리가 폴짝 뛴다. 어라 하고 놀라면서 자전거를 부드럽게 세운다. 얘, 얘, 너희는 자전거가 달려오는지 몰랐니?
찻길 건너편으로 자동차 한 대가 부릉 하고 지나간다. 개구리가 밟혔을까? 깜깜한 저녁길이기에 건너편 개구리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노릇은 없다. 폴짝거리며 비를 누리는 개구리 옆으로 지나간 뒤, 자전거를 다시 밟는다. 힘껏 밟는다. 빗길을 촤르르 가르는 소리가 재미있고, 등불 하나 없는 깜깜한 시골길을 마음껏 달리면서 시원하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