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Legend of Drunken Master (취권)(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Miramax Lionsgate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취권

醉拳, Drunken Master, 1978



  어릴 적부터 영화 〈취권〉을 퍽 자주 보았다. 텔레비전에서 이 영화를 꽤 자주 보여주었으니 자주 볼밖에 없었다. 그런데 〈취권〉은 보고 또 보아도 눈길을 끄는 재미가 있다고 느꼈다.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도 놀랍지만, 영화 주인공인 ‘황비홍’이 스스로 바보스러움을 깨닫고는 비로소 ‘몸을 갈고닦는 길’을 제대로 걷는 모습이 돋보인다. 무엇보다도 ‘취권’이라고 하는 무술은 ‘틀에 박힌 눈길이나 몸짓’을 모두 내다 버리면서 오로지 바람에 몸을 얹어서 부드러우면서 날렵하고 여리면서도 단단한 숨결을 보여준다. 아무것도 없는 듯이 보이지만 모든 것이 있는 숨결로 손이랑 발을 놀리는 무술이 취권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니, 딱딱하게 굳은 손짓이랑 발짓을 쓰는 무술은 취권을 깨지 못한다. 취권이라고 하는 무술은 ‘남이 이 무술을 깨’기 앞서, 이 무술을 쓰려는 사람이 스스로 모든 틀을 깨기 때문에, 이 무술을 쓰는 사람 스스로 ‘어떤 손짓이랑 발짓이 나올’는지 모른다.


  영화에서 황비홍이 제 장난꾸러기 모습이랑 바보스러운 삶을 깨닫는 대목도 재미있다. 왜냐하면 참말 아무것이 아니라 할 만한 데에서 욱하거나 울컥한다. 그동안 숱한 말을 듣거나 일을 치렀어도 꿈쩍을 않더니, 놀림을 받고 아버지를 깎아내리는 말을 듣고 ‘스무 해를 갈고닦아도 안 된다’는 핀잔까지 듣고서야 비로소 꿈틀거린다.


  스무 해를 갈고닦아도 안 된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다. 그리고, 이 말마따나 스무 해를 갈고닦아도 안 되는 일을 바로 한 해 만에 해낸다. 어떻게 해낼까? 황비홍 스스로 모든 바보짓을 멈춘 뒤, 새로운 몸짓으로 나아가려고 하면 해낸다. 가야 할 길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똑똑히 몸을 가눌 수 있을 적에, 무술을 하는 참뜻인 ‘몸을 갈고닦으면서 마음을 고요하게 다스린다’는 삶이 된다.


  마음을 고요하게 다스리지 못하면 주먹질이나 발길질로 이웃을 괴롭히는 바보가 된다. 마음을 고요하게 다스릴 때에는 참다우면서 착하고 아름다운 삶으로 나아간다. 몸을 갈고닦아서 마음껏 온갖 몸짓을 할 수 있을 때에 어떤 느낌인지 아는가? 몸을 갈고닦아 보면 안다. 뒤돌려차기나 빙그르르 돌아 내려앉기를 할 적에, 참말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도록 주먹을 질렀다가 끌어당길 적에,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만한 ‘짜릿한 아름다움’이 온몸으로 짜르르 하고 퍼진다. 4348.7.4.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영화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