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연금술사 3
아라카와 히로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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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533



‘산 사람’을 살게 이끄는 힘

― 강철의 연금술사 3

 아라카와 히로무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04.4.25.



  《강철의 연금술사》 셋째 권을 보면, 끝자락에서 ‘현자의 돌’을 무엇으로 빚는가 하는 수수께끼가 나옵니다. 바로 ‘산 사람’을 바탕으로 ‘현자의 돌’을 빚는다고 해요.


  가만히 보면, ‘강철 연금술사’가 된 아이는 제 팔 하나를 내놓아서 ‘동생 넋’을 연성했습니다. ‘산 몸’을 내놓았기에 ‘다른 하나’를 얻거나 누릴 수 있는 셈입니다. ‘산 목숨’을 주어야 ‘다른 산 목숨’을 얻는 셈이요, 우리가 삶을 누리는 바탕도 ‘다른 산 목숨’을 늘 먹기 때문이라는 대목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냥 눈 딱 감고 오토메일로 바꾸지 그래?” “하하, 농담 마세요. 편리할지는 몰라도 수술 후의 고통과 재활치료가 어마어마하게 힘들다잖습니까.” “다 큰 어른이 뭘 그리 겁을 내누? 오른팔과 왼다리를 한꺼번에 오토메일로 바꾼 어린애도 있는데.” “전 그만 한 용기는 없거든요.” (7쪽)

“아하하, 나랑 동갑이고 이렇게 쬐끄만 주제에 ‘인간병기’라니 정말 웃긴다. 잘 땐 이렇게 무방비 상태인데 말이야.” (42쪽)



  밥을 먹든 고기를 먹든 사람은 늘 ‘목숨’을 먹습니다. 목숨 아닌 것을 먹고서 몸을 버티지 못합니다. 모든 사람은 ‘다른 목숨으로 이루어진 몸’으로 삽니다. 사람이 사람을 먹지 않다뿐, 수많은 목숨을 골고루 먹으면서 스스로 몸을 튼튼하게 다스립니다.


  그러면, 사람은 왜 모든 목숨(영양소)을 골고루 먹을까요? 한 가지 목숨만 먹으면 몸이 나빠지거나 힘이 빠지기 때문일 테지요. 한 가지 목숨만으로는 몸을 버티지 못하고, 끝내 삶마저 이루지 못하게 때문이겠지요.


  골고루 먹고, 골고루 몸이 자라서, 골고루 이웃을 살피는 눈길로, 골고루 아름답게 삶을 짓는다고 할 만합니다. 골고루 누리고, 골고루 마음을 가꾸어서, 골고루 사람을 아끼는 손길로, 골고루 따스하게 사랑을 빚는다고 할 수 있어요.



“4년 전, 자기 팔과 바꿔서 동생의 혼을 연성했을 때도, 군부의 개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도, 어른도 고통에 못 이겨 비명을 지르는 오토메일 수술을 견딜 때도, 그 조그만 몸 어디에 그런 강인함이 숨어 있을까 했지.” (25∼26쪽)

“그래, 끔찍한 전쟁이었지. 하지만 그 전쟁으로 팔다리를 잃은 사람이 우리 의지장구사를 필요로 한다네. 세상 참 얄궂지?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우리가 그 전쟁 덕분에 밥벌이를 하고 사니 말야.” (28쪽)



  《강철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아이들은 ‘눈물’을 내려놓습니다. 왜냐하면, ‘웃음’을 찾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들은 ‘사랑’을 찾고 싶어서 ‘미움’을 내려놓는 길로 가려 합니다. 웃음은 사랑하고 이어지고, 사랑은 언제나 넉넉한 삶이며, 삶은 아름다운 노래가 되어 흐릅니다.


  가만히 보면, 전쟁터에는 웃음이나 노래가 없습니다. 전쟁터에는 미움과 죽음만 있습니다. 서로 죽이고 죽는 자리에서는 사랑이나 꿈이 자라지 않습니다. 서로 죽이고 죽으니 아픔과 슬픔만 자랍니다.



“울 수 있는 몸이 있어도 안 우는 바보가 있는가 하면 말이지. 진짜, 강한 척만 한다니까, 이 바보는.” (44쪽)

“‘악마의 연구라더니 정말 딱 맞아! 마르코 씨, 당신이 원망스러워!” “대체 무슨 일입니까?” “‘현자의 돌’의 재료는 살아 있는 사람이야!” (86쪽)



  사랑은 늘 사랑을 바탕으로 자랍니다. 사랑이니, 사랑을 바탕으로 자라지요. 전쟁은 늘 전쟁을 바탕으로 불거집니다. 전쟁이니, 전쟁무기로 전쟁을 일삼아요. 전쟁무기가 잔뜩 있다면 전쟁을 벌일밖에 없습니다. 두 손에 오직 사랑만 담는다면, 언제나 사랑을 나눌밖에 없어요. 사랑만 품는 사람이니 사랑을 나누고, 전쟁무기를 손에 쥔 사람이니 전쟁을 벌여요.


  그러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어디일까요? 바로 사랑일 테지요. 전쟁무기로 전쟁으로 치닫는 전쟁놀이가 아니라, 사랑으로 사랑을 낳는 사랑스러운 삶으로 나아갈 때에 함께 웃고 노래하는 이야기가 샘솟겠지요. 4348.7.3.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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