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는 사람



  술을 퍼마신 뒤 바보짓을 저지른 여러 사람 이야기가 요즈막에 불거졌다. 진보논객이라는 ㅎ씨는 이녁 여자친구를 날마다 두들겨팼다 하고, 이름난 만화가 ㄱ씨는 술자리에서 으레 성추행을 했다 한다. 바보짓을 저지른 사람은 ‘거의 날마다’ 또는 ‘날마다’ 또는 ‘자주’ 술을 마신다고 한다.


  술이란 무엇일까? 바보짓을 일삼으려고 몸에 퍼넣기에 술인가? 삶을 즐기려고 알맞게 마시려는 술이 아닌가?


  주머니에 돈이 있어서 가게나 술집에서 술을 사다가 마시는 사람이 꼭 바보짓을 일삼지는 않는다. 참말 즐겁고 아름답게 술을 맞이하는 사람이 많다. 스스로 삶을 사랑하고 스스로 사랑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술을 마시든 안 마시든 삶이 아름답고 사랑이 따스하다. 스스로 삶을 사랑하지 못하기에 주먹부림(폭력)을 일삼을 테고, 스스로 사랑을 생각하지 않기에 바보짓으로 흐를 테지.


  지난날에 출판사 영업부 일꾼으로 지내고, 여러모로 책하고 얽힌 일을 하며 서울에서 여러 작가를 만날 적에 으레 술자리에 갔는데, 술을 정갈하게 마시는 작가나 평론가도 많으나, 술을 지저분하게 마시는 작가나 평론가도 많았다. 스스로 ‘어른’이나 ‘유명인’이라고 하는 이들은 술김을 빌어서 ‘못된 손’이 되기 일쑤였다. 술김이 아니어도 벌건 낮에 ‘음담패설’을 참으로 즐긴다.


  밤새 술을 퍼마시는 작가나 평론가가 꽤 많은데, 이들한테 아이가 없을까? 이들은 이녁 아이가 보고 싶지는 않을까? 이들은 이녁 아이한테 음담패설을 물려주고 싶을까? 이들은 이녁 아이가 코앞에 있는 술자리여도 ‘못된 손’이 되려나? 이들은 집안일을 어떻게 할까? 이들은 이녁 아이들하고 놀아 주기는 할까?


  진보논객 ㅎ씨나 이름난 만화가 ㄱ씨가 적어도 한 해 동안 술을 못 마시도록 하면서 어린이집에서 날마다 자원봉사를 할 수 있기를 빌어 본다. 술 없이 ‘맨마음’으로 아이들을 날마다 만나서 이녁 삶을 찬찬히 돌아볼 수 있기를 빌어 본다. 4348.7.2.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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