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린 빨래



  엊저녁에는 몸을 씻고 나서 빨래를 한 뒤 저녁 여섯 시 반 즈음에 마당에 옷가지를 내다 널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려 하니 조금이라도 볕살을 받기를 바랐다. 그런데, 이렇게 해 놓고 깜빡 잊었다. 저녁을 먹고 아이들 재우고 하면서 그만 아주 잊었다. 깊은 밤에 잠에서 문득 깨고 나서 ‘아차, 빨래!’ 하고 떠올렸으나, 몸이 무거워서 빨래를 들일 생각을 못 했다. 엊저녁에 빨래를 할 적에 이튿날에 비가 올 수 있겠다고 느껴서 했는데, 밤이나 새벽에 빗방울이 들을는지 모르나 그야말로 몸이 무겁네.


  깊은 밤에 일어나서 어제 낮에 못한 일을 하다가 몸이 좀 나아져서 마당에 나가 하늘을 본다. 밤하늘을 헤아리면서 기지개를 켠다. 이때에 빗방울이 살짝 듣는다. 톡톡 아주 조그마한 소리를 내면서 빗방울이 듣는다. 이제서야 빨래를 다시 떠올리고는 주섬주섬 걷는다. 4348.6.30.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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