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때기가 들러붙다



  어제 낮에 읍내로 저자마실을 다녀온다. 우체국에 꼭 들러야 할 일이 있어서 면소재지로 갈까 읍내로 갈까 하다가 읍내를 다녀온다. 저자를 보고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을 차려서 먹인 뒤 아주 빠르게 기운이 빠졌다. 설거지를 마치니 그야말로 더 버틸 기운이 나지 않는다. 아이들을 눕히고 ‘저자마실 나갔는데 이거 사 달라 저거 서 달라 떼쓰지 않는다’고 하는 얘기를 들려주고는, 자장노래를 두어 가락 부르다가 나도 모르게 곯아떨어진다. 등때기가 이부자리에 들러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문득 바람소리를 듣고 눈을 뜨니 밤 한 시 사십 분. 아득하게 잤다. 꿈에서 아버지하고 어머니를 만난다. 꿈에서 만난 두 분은 퍽 늦은 나이에 새로운 것을 배우겠다면서 활짝 웃으셨다. 반갑고 재미있으며 기뻤다. 내 삶은 하루하루 어떤 배움이거나 기쁨인가 하고 돌아볼 무렵 잠이 깼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서 아이들 이불을 여미어 준다. 아직 내 등때기는 돌아오지 않으나, 찬찬히 기운을 차리려 한다. 4348.6.30.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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