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 엄마인 당신께 드리는 선물
작자미상, 이토우 히로미 엮음, 노경아 옮김, 시모다 마사카츠 그림 / 보누스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배움책 34



아이하고 사랑을 속삭이는 ‘오늘 하루’

― 오늘 하루

 글쓴이 모름

 이토 히로미 편역

 시모다 마사카츠 그림

 노경아 옮김

 보누스 펴냄, 2015.6.10.



  아침에 일어나서 곁님하고 빙그레 웃음을 지으면서 마음을 열면, 온 하루가 기쁜 웃음으로 흐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곁을 돌아보지 않고 낯부터 찡그리며 ‘어제와 똑같이 되풀이할 괴로운 일’을 마음속에 그리면 그야말로 온 하루가 괴롭기만 합니다.


  아침에 기지개를 켜며 일어난 아이를 마주보면서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말을 건네면, 온 하루가 재미난 놀이로 부풀어오릅니다. 아침에 일어난 아이한테 잔소리부터 하면, 아이도 어버이도 온 하루 잔소리투성이에 짜증덩어리에 그지없이 고달픈 불꽃이 튀기만 합니다.



침대는 엉망이고, 담가 놓은 지 오래된 기저귀에서는 차츰 냄새가 나고. (11쪽)


더러워진 창문은 아무렇게나 그린 예술작품 같은데, 비가 오기 전까지는 그대로일 거야. (14쪽)



  《오늘 하루》(보누스,2015)라는 책을 읽습니다. 파란 빛깔로 조그마한 책은 빨간 띠종이가 살며시 감쌉니다. 띠종이를 벗기면 책겉에 영어로 ‘Today’라 적혔고, 영어로 한 줄 두 줄 짤막한 이야기가 흐릅니다. 《오늘 하루》는 어떤 책일까요?



다른 사람이 보면 이게 뭐냐고 하겠지? (16쪽)




  작은 배움책 《오늘 하루》는 짤막한 글 하나가 바탕이 되어 태어났다고 합니다. 뉴질랜드로 육아와 복지를 배우러 간 일본사람이 있었고, 이녁은 뉴질랜드에 있는 어느 육아지원소 벽에 붙은 짤막한 글을 보았다고 합니다. 벽에 붙은 짤막한 글은 누가 썼는지도 모르고, 누가 붙였는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그저 누구나 읽고, 누구나 생각하며, 누구나 느낀다고 해요.


  육아지원소 벽에 붙은 글은 ‘아이와 지내는 삶’을 노래합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이게 뭐냐”고 할 만한 살림살이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오늘 하루” 아이하고 어떤 삶을 누렸는가 하는 이야기를 살며시 들려줍니다.


  아이하고 사는 어버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마음이 될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어른 눈길로 보자면 아이들은 온 집안을 ‘어지럽힙’니다. 그러나 아이 눈길로 보자면 아이는 늘 ‘새로운 놀이’를 찾아서 이리 움직이고 저리 헤집습니다.


  아이는 집 바깥에서 흙놀이를 할 적에 몇 시간이고 꼼짝을 않으면서도 신나게 놉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흙집을 짓고 흙마을을 꾸밉니다. 이런 아이가 집에서 논다고 하면 온갖 살림살이를 방바닥이고 마룻바닥이고 잔뜩 늘어놓을 수밖에 없을 테지요.


  그러니까, 아이는 집안을 ‘어지럽히’지 않습니다. 아이는 놀면서 삶을 새롭게 배웁니다. 아이는 이것저것 만지고 놀면서 생각을 새롭게 다스리고, 꿈을 새롭게 키우며, 사랑을 새롭게 북돋웁니다.




나는 아이가 잠들 때까지 어부바를 해 줬어. (20쪽)


나는 아이랑 숨바꼭질을 했고, 나는 아이를 위해 장난감을 흔들었어. (24쪽)



  서로 사랑을 속삭이는 ‘오늘 하루’가 될 때에는 아름다운 하루입니다. 서로 사랑을 속삭이지 못하는 ‘오늘 하루’가 될 때에는 웃음도 노래도 없습니다. 서로 사랑을 속삭이는 ‘오늘 하루’가 되기에 기쁘게 어깨동무를 합니다. 서로 사랑을 속삭이지 못하는 ‘오늘 하루’가 되기에 그만 고단하고 지치고 괴롭고 짜증스럽고 슬프고 힘을 잃습니다.




오늘 하루, 나는, 눈이 맑고 머리카락이 몽실몽실한 이 아이를 위해 (34∼36쪽)



  아이는 함께 놀기를 바랍니다. 아이를 왜 낳겠어요? 어머니와 아버지는 아이를 왜 낳을까요? 가시버시로 짝을 지었으니 살곶이를 하다가 애가 불쑥 튀어나왔나요? 두 어른으로서 사랑을 속삭이면서 ‘새로운 숨결’인 아이한테 어머니 피와 아버지 살을 물려주려는 뜻이 아니었나요? 아이가 노는 모습을 따스하게 바라보지 못한다면, 어버이로서 오늘 하루는 어떤 뜻이요 보람이며 기쁨일는지요?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물려받기를 바랍니다.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꿈을 이어받기를 바랍니다. 참말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날마다 삶을 새롭게 내려받으려고 합니다.


  가만히 손을 내밉니다. 아이들 머리를 부빕니다. 가만히 손을 뻗습니다. 빗으로 아이들 머리를 정갈하게 빗습니다. 가만히 손을 댑니다. 보드랍고 맑은 아이들 볼이며 살을 어루만지다가 번쩍 안아서 까르르 웃음이 터지게 합니다. 오늘 하루는 늘 기쁨이면서 사랑입니다. 오늘 하루는 언제나 노래이면서 춤입니다. 오늘 하루는 한결같이 웃음꽃이면서 이야기잔치입니다. 4348.6.28.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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