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5. 눈과 기저귀와 빨래



  전남 고흥은 무척 포근한 고장입니다. 겨울에 눈을 구경하기란 대단히 어렵습니다. 아주 드물게 소리 없이 눈이 내리는 날이 있는데, 아기 기저귀를 빨아서 너는 겨울날, 눈 오는 소리를 미처 못 들은 탓에 기저귀가 눈을 맞으면서 얼어붙습니다. 아차 싶지요. 얼어붙은 빨래를 으짜노, 하고 생각하다가 ‘언 빨래는 언 빨래’라고 여기면서 사진 한 장 찍자고 마음을 바꿉니다. 언 빨래를 집안으로 들여서 녹이기 앞서, ‘눈 맞는 기저귀’를 사진으로 찍으면서 삶을 노래해 보라는 하늘나라 뜻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4348.6.27.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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