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4. 논그림자, 아니 논그림
이웃마을 논에 느티나무 그림자가 생깁니다. 아니, 그림자라기보다는 그림이 생깁니다. 찰랑찰랑 물이 가득 찬 논에 느티나무 그림이 드러납니다. 숲정이가 자취를 감추더라도 마을에 한 그루쯤 큰나무가 남으면, 이 나무는 이럭저럭 살아남아서 그늘을 베풀고 길잡이 구실을 합니다. 논에 드리우는 느티나무 그림은 저물녘 보드라운 햇살이 그립니다. 고요히 잠든 바람도 함께 그리고, 논물에서 함께 사는 조그마한 벌레가 다 같이 그립니다. 때에 따라 바뀌고 날마다 달라지는 그림에 푸른 냄새가 가득 흐릅니다. 4348.6.26.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