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어 주다
더 놀고 싶은 아이들이 잠들어 준다. 이리하여, 나는 홀가분하게 밤일을 할 수 있다. 낮에는 아이들하고 복닥이면서 지내고, 밤에는 글을 가다듬는다. 개구리랑 풀벌레가 노래하는 소리를 귓결로 들으면서 생각을 살핀다. 지난 오월에 마무리지은 글을 통째로 고쳐쓰기로 했기에 새로운 틀을 돌아본다. 차례부터 다시 짠다. 쪽마다 글을 몇 줄로 맞추는가를 헤아린다. 글틀 짜기가 만만하지 않아서 여러 날을 놓고 이 대목만 그렸는데, 두 아이가 고맙게 잠들어 주었기에 느긋하게 이 일을 마무리짓는다. 이제부터 모든 글을 새롭게 쓰면 된다. 칠월이 오기 앞서 유월 끝자락에 원고지 1800장을 쓰자고 다짐한다. 얼마든지 할 수 있다. 4348.6.24.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