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34] 아이 어머니



  가시내와 사내는 아이를 낳으면 ‘어머니’하고 ‘아버지’라는 이름을 얻습니다. 두 사람한테 아이가 찾아오면 이때부터 ‘어버이’라는 이름을 누립니다. 가시내와 사내는 ‘어른’이 되어 짝을 맺을 수 있는데, 둘이 짝을 맺어서 ‘짝님’으로 지내더라도 아이가 없으면 ‘어머니’도 ‘아버지’도 ‘어버이’도 되지 못합니다. 아이를 낳아 어머니로 지내기에 ‘아이 어머니’이고, 아이를 낳아 아버지로 지내니 ‘아이 아버지’입니다. ‘아이 어머니·아이 아버지’는 한집을 이룬 두 사람이 다른 사람 앞에서 서로 가리키는 이름으로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애 엄마·애 아빠’처럼 쓰는 사람이 대단히 많습니다. ‘애’는 ‘아이’를 줄인 낱말이지만, ‘엄마·아빠’는 아기가 쓰는 말입니다. 아직 혀를 제대로 놀리지 못하는 아기가 혀짤배기 소리로 내는 이름이 ‘엄마·아빠’입니다. 그래서 ‘아기’가 철이 들어 ‘아이’로 넘어설 무렵에 혀짤배기 말인 ‘엄마·아빠’를 내려놓고 ‘어머니·아버지’로 이름을 새롭게 써야 합니다. 아이가 제 어버이를 ‘어머니·아버지’로 부를 적에는 아이 스스로 철이 들면서 씩씩한 ‘한 사람’으로 선다는 뜻이요, 이제부터 아이는 심부름을 곧잘 할 뿐 아니라, 집일하고 들일(바깥일)을 찬찬히 배운다는 셈입니다. 늦어도 열 살부터는 ‘아기 말’인 ‘엄마·아빠’를 내려놓고 ‘어머니·아버지’를 써야 하며, 여느 어른하고 어버이라면 아이가 ‘혀짤배기 말’을 그만 쓰는 ‘철든 한 사람’이 되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4348.6.21.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