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물병하고 호두과자
어제 서울로 바깥일을 하러 나들이를 하면서 몇 가지를 챙기려고 했다. 곁님이 파란 물병을 서울처럼 큰도시에서 있는 큰가게에 들러서 장만해 주기를 바랐다. 그래서 파란 물병을 장만하려고 했는데, 어제 하루는 큰가게를 들를 겨를을 내지 못했고, 오늘은 새벽바람으로 움직이느라 피시방도 못 찾고 아침 여덟 시 시외버스를 타고 고흥으로 돌아가느라 큰가게에 못 간다. 어젯밤에 여관에서 묵었으면 느긋하게 일어나서 느긋하게 큰가게에 들렀을 텐데, 서울에 사는 사진가 한 분이 충무로에 둔 그분 일방(작업실)에서 잠을 재워 주었기에 참말 새벽 일찍 일어나서 움직였다. 충무로 언저리에서 피시방이라도 찾았으면, 그곳에 들러서 아침을 보낸 뒤 고속버스역에 갈 만했고, 그러면 고속버스역에 있는 큰가게에 들렀을 텐데, 아침 일곱 시 즈음 고속버스역에 닿으니, 이곳 큰가게는 열 시 반이 되어야 연단다. 열 시 반까지 기다리기도 만만하지 않고, 고속버스역에서 피시방을 찾기도 어려워서 그냥 여덟 시 버스표를 끊는다. 아쉬움을 달래며 버스를 탄다. 많이 아쉬우니 아무것도 하기 싫어 달게 잔다. 시외버스는 정안 쉼터에 닿고, 정안 쉼터에서 호두과자 한 상자를 산다. 곁님이 호두과자를 얘기했던 일을 떠올린다. 아이들은 호두과자를 반겨 줄까? 파란 물병은 어제 마실길에서 찾지 못했지만, 다음에 찾자. 다음에 또 마실을 나오면 그때 꼭 찾자. 4348.6.20.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