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님 소설과 미시마 유키오 님



  잡지 《전라도닷컴》에 보낼 글을 쓰다가 실마리가 자꾸 꼬이는구나 싶어서 숨을 돌리는데, 문득 ‘신경숙 표절 논란’이라는 글월이 눈에 뜨인다. 집에서도 모시잎을 가루로 내어 쓸 수 있는 길을 살펴보며, 이 이야기를 글로 쓰려다가, 누리그물(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로 갑자기 소설꾼 신경숙 님 이름이 뜨기에, 뭔 일이 있나 싶어서 한 번 들여다본다. 그러고 나서, 이응준 님이 쓴 글을 찬찬히 읽어 본다. 어쩐지 숨이 막힌다. 표절 시비를 받아야 하는 사람을 보니 숨이 막히고, 표절을 밝히는 글을 쓰려고 한국문단에 여덟 해나 발을 끊고서 변호사까지 미리 알아본 뒤에 글을 썼다고 하는 대목에서도 숨이 막힌다. 표절을 밝히는 글을 쓰는 사람이 왜 변호사까지 알아보아야 하고, 왜 한국문단에 발까지 끊어야 할까? 한국 사회는 이렇게 꽉 막힌 곳일까?


  신경숙 님이 표절을 했다는 글은 미시마 유키오라는 일본사람이 쓴 글이라고 한다. 미시마 유키오 님은 제국주의를 높이 떠받든 사람이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전쟁 미치광이라고 할 미시마 유키오 님이다. 전쟁 미치광이라고 해서 나쁜 놈이라고 할 생각은 없다. 전쟁놀이에 사로잡힌 나머지 삶도 사랑도 꿈도 못 보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


  표절이 참이든 거짓이든 대수로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왜 대수로운 일은 아니라고 보느냐 하면, 표절이 참이라면 고개 숙여 잘못을 빌고, 모든 이름값이랑 상패와 훈장을 내려놓고, 조용히 살아가면 된다. 표절이 참이 아니라면 씩씩하게 고개를 들고 한결 아름답고 멋스러운 글을 쓰면 된다. 소설꾼 신경숙 님은 어떤 길을 걸어가려나? 4348.6.17.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람과 책읽기)


http://www.huffingtonpost.kr/eungjun-lee/story_b_758379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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