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잎 밥(모시밥)’을 지은 하루
모시잎을 밥에 얹어서 함께 지어서 먹는다는 얘기를 문득 듣는다. 밥을 지을 적에 모시잎은 언제 얹어야 할까? 가만히 생각해 본다. 처음부터 넣지는 않으리라. 밥물이 제법 보글보글 끓고 밥알이 웬만큼 부풀 즈음에 밥솥뚜껑을 열고 한 잎씩 얹으면 되겠지. 마당에서 모시잎을 한 줌 뜯어서 물에 헹군 뒤 얹어 본다. 어떤 맛이 될까. 어떤 밥이 될까.
밥하고 함께 익은 모시잎은 그저 모시잎 맛이 난다. 그런데 밥알은 맛이 좀 남다르다. 늘 짓듯이 밥을 지었는데 밥알이 여느 때보다 반지르르하지 싶고, 꽤 보드랍다. 모시잎을 얹어서 지은 밥이기 때문일까? 아무래도 모시잎이 밥맛을 새롭게 해 주었지 싶다.
모시풀은 시골집에서 흔히 돋는다. 모시풀 줄기에서 실을 얻고, 모시잎으로 떡을 찐다. 그리고, 이렇게 모시잎을 밥에도 얹어서 더욱 맛나게 누리는구나 하고 깨닫는다. 요즈음은 모시풀에서 실을 얻어 옷을 짓는 사람이 아주 드물다. 이런 일을 할 줄 아는 사람도 대단히 적다. 우리 집에서 신나게 돋는 모시풀을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모시잎 밥(모시밥)’을 지었더니 재미있다. 모시풀이 한창 돋는 철에는 날마다 모시밥을 지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4348.6.17.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