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글게 쓰는 우리 말

 (1615) 차림멋


로산진이 볼 때 미국 요리는 전반적으로 낙제 점수였다. 일류 요리점인데도 보잘것없는 식기를 썼고, 차림멋에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던 것이다

《신한균,박영봉-로산진 평전》(아우라,2015) 172쪽


table setting : 상차림

상차림 : 밥상을 차리는 일

차림멋 : 차리는 멋



  ‘차림멋’이라는 낱말은 한국말사전에 없습니다. ‘차림멋’이라는 낱말을 쓰는 사람도 아주 드뭅니다. 이 보기글이 실린 책을 쓴 분이 손수 새로 지은 낱말이지 싶습니다.


  한국말에는 ‘차림’이나 ‘상차림’이나 ‘차림새’ 같은 낱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이러한 한국말을 제대로 쓰는 이가 드물고, 일본을 거쳐서 들어온 영어 ‘테이블 세팅(table setting)’이나 ‘세팅’을 쓰는 사람이 부쩍 늘었어요.


 차림멋 . 차림맛 . 차림새 . 차림결

 상차림 . 밥상차림 . 밥차림


  상을 차리기에 ‘상차림’이고, 밥상을 차리니 ‘밥상차림’입니다. 밥을 차린다고 하면 ‘밥차림’이 됩니다. ‘잔치밥차림’이나 ‘고기차림’처럼 쓸 수도 있습니다. “차리는 멋”을 가리키는 ‘차림멋’하고 비슷하면서도 느낌이 다르다 할 만한 ‘차림맛’을 써도 잘 어울립니다. 눈으로도 그윽하게 맛을 본다는 느낌을 살린다면 ‘차림맛’이라는 낱말도 쓸 만해요. 그리고, ‘차림새’하고 비슷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으로 ‘차림결’ 같은 낱말을 쓸 수 있습니다.


  밥차림에 마음을 쏟는 일꾼이 있으면 ‘차림지기’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밥상을 어떻게 차리느냐 하는 대목에 마음을 기울이듯이, 밥상차림을 바라보는 눈길에도 마음을 기울이면서 새 낱말을 하나씩 짓습니다. 4348.6.15.달.ㅅㄴㄹ



* 보기글 새로 쓰기

로산진이 볼 때 미국 요리는 여러모로 엉성했다. 손꼽히는 요리점인데 보잘것없는 그릇을 썼고, 차림멋에는 아예 마음도 쓰지 않았다


‘전반적(全般的)으로’는 ‘여러모로’나 ‘두루’로 손보고, “낙제(落第) 점수(點數)였다”는 “덜떨어졌다”나 “어설펐다”나 “엉성했다”로 손봅니다. “일류(一流) 요리점(料理店)”은 “훌륭한 요릿집”이나 “손꼽히는 밥집”이나 “빼어나다는 맛집”으로 손질할 수 있고, ‘식기(食器)’는 ‘그릇’이나 ‘밥그릇’으로 손질합니다. “신경(神經)도 쓰지 않았던 것이다”는 “마음도 쓰지 않았다”로 다듬습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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