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이에 계산기



  이제 거의 모든 새책방은 책을 바코드로 찍어서 컴퓨터로 책값을 셈한다. 지난날에는 책방마다 주판을 튕겼으며, 주판에 이어 계산기가 나왔다. 지난날에는 주판을 튕길 줄 몰랐으면 값을 헤아리기 어려웠다. 계산기가 나온 뒤로 주판은 차츰 자리를 잃었는데, 손전화 기계가 나오고 셈틀이 나오면서 계산기도 차츰 자리를 잃는다. 그러면, 앞으로 손전화 기계나 셈틀보다 한 걸음 나아간 새 기계가 나오면 손전화 기계와 셈틀도 설 자리를 잃을까?


  헌책방 책시렁 한쪽에 곱게 놓인 계산기를 바라본다. 책과 함께 책방을 지키는 계산기에 묻은 손때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4348.6.14.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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