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보는 글쓰기



  아이들하고 놀면서 하루를 가만히 지켜본다. 자전거를 달리면서 바람결을 찬찬히 헤아린다. 빨래를 하면서 샘물을 고요히 느낀다. 밥을 지으면서 밥내음을 큼큼 맡는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햇살을 기쁘게 맞이한다. 저녁에 차츰 우렁차게 퍼지는 개구리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삶을 새롭게 바라본다.


  어떤 글을 쓰더라도, 나 스스로 지켜보아야 하고 헤아려야 하며 느껴야 한다. 내가 온몸과 온마음으로 맞이하거나 바라보지 않은 삶이라면 아무런 이야기를 길어올릴 수 없다. 스스로 겪기에 스스로 바라보면서 스스로 생각한다. 스스로 하기에 스스로 느끼면서 스스로 배운다.


  책을 읽고 나서 글을 쓰지 않는다. 남이 들려준 말을 듣고서 글을 쓰지 않는다. 오직 내가 내 삶을 바로 이곳에서 오늘 하루를 지켜보면서 글을 쓴다. 글쓰기를 내가 너한테 가르칠 수 없고, 글쓰기를 내가 너한테서 배울 수 없다. 저마다 제 삶을 사랑하는 하루를 가꿀 적에 저마다 새로우면서 아름다운 열매와 같은 글을 쓴다. 4348.6.12.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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