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오디야



  우리 집 뽕나무에서 오디를 톡 집는다. 잘 익은 오디는 딴다기보다 집는다.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톡 하고 떨어진다. 그러니까, 오디는 따려고 애쓴들 딸 수 없다. 나무 밑에 자리를 깔고 나무를 살살 흔들어도 된다. 아무튼, 우리 집 오디를 몇 알 톡 집어서 손바닥에 얹은 뒤 작은아이한테 내민다. “자, 우리 집 오디야. 먹어 봐.” “오디?” “응. 오디.” “어떻게 먹어?” “그냥 먹지.” “어떻게?” “손으로 집어서 입에 넣으면 돼.” 이 아이들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저잣거리에서 한 움큼 장만한 오디를 게눈 감추듯이 먹더니, 올해에는 오디가 낯선가. 왜 이리 손을 안 뻗을까. 아무튼, 우리 집 열매를 사랑해 주렴. 4348.6.1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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