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97] 논에 비친 산그림자

― 들녘이 빚은 그림



  네 식구가 자전거마실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산그림자를 봅니다. 산그림자는 논에 넓게 펼쳐집니다. 찰랑이는 논물에는 갓 심은 어린 벼포기가 고개를 내밀고, 하늘을 가득 채운 구름이 고요히 흐릅니다. 자전거를 천천히 달리면서, 저절로 노래가 나옵니다. 이 논그림을, 물그림을, 하늘그림을, 산그림을, 구름그림을, 네 식구가 함께 누릴 수 있다니 기쁘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여름바람이 시원합니다. 여름해는 뜨겁지만 구름이 흐르면서 더위를 식히고 그늘을 드리워 줍니다. 여름바람이 싱그럽습니다. 여름볕을 쬐면서 살갗은 까무잡잡하게 타고, 여름햇살이 눈부시게 빛나면서 온 들과 숲에 푸른 숨결이 새롭게 일어납니다. 들녘이 빚은 그림을 마주하면서 내 가슴에 곱게 새길 그림을 돌아봅니다. 4348.6.9.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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