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메는 마음



  아이들이 저희 장난감이랑 책이랑 공책이랑 연필을 가방에 담아 멥니다. 한 달 두 달 한 해 두 해 흐르면서 이 아이들은 저희 가방을 끝까지 메기도 하고, 제법 오래 메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저희 가방을 메고 나들이를 다니다가 까무룩 곯아떨어지기도 하는데, 이때에는 아버지가 큰 가방에 아이들 가방을 넣습니다. 가방이 무겁다고 할 적에도 아버지 큰 가방에 아이들 가방을 넣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아버지가 짊어질 가방은 무게가 줄어듭니다. 머잖아 아이들은 저희 옷가지와 짐도 저희 가방에 챙겨서 다닐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아버지가 짊어지는 짐을 나누어서 함께 들고 다닐 날도 찾아올 테지요. 큰아이하고 작은아이가 저희 가방뿐 아니라 저희 자전거를 달릴 수 있고, 저희 두 다리로 몇 시간이고 걸을 수 있는 날을 마음속으로 그리면서 뚜벅뚜벅 오늘 이 길을 나란히 걷습니다. 4348.6.7.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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