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흔들려도
금요일 저녁 다섯 시에 마을 어귀를 지나가는 버스를 타면 자리가 없다. 이무렵에는 면소재지 고등학교 아이들이 우르르 읍내로 나가기 때문이다. 다른 날은 널널하지만 금요일 다섯 시 버스만큼은 면소재지 고등학교 아이들로 붐빈다. 이제 기숙사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날일 테지. 어쩌다가 이맘때에 버스를 타면 두 아이는 서서 간다. 여덟 살 어린이도 다섯 살 어린이도 20분 남짓 씩씩하게 서서 간다. 시골버스에서 늘 앉기만 하다가 이따금 이렇게 서서 간다. 흔들거리는 버스에서 서서 가도 재미있지? 큰아이가 동생을 뒤에서 감싸듯이 서서 함께 손잡이를 잡는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두 아이 뒤에서 몸을 받치듯이 서서 함께 간다. 4348.6.7.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