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68. 꽃잎


  꽃잎은 꽃송이에 달린 잎입니다. 풀잎은 풀줄기에 달린 잎입니다. 나뭇잎은 나뭇가지에 달린 잎입니다. 잎은 모두 세 가지가 있습니다. 꽃과 풀과 나무는 한덩어리로 있으면서도 저마다 다른 숨결을 보여줍니다.

  꽃송이를 맑고 환하게 빛내는 꽃잎은 언제까지나 매달리지 않습니다. 꽃가루받이를 마치고 꽃이 저물어 열매를 맺도록 북돋울 무렵에 꽃잎이 하나둘 떨어집니다. 때로는 꽃송이째 떨어집니다. 열매가 익지 않더라도 꽃송이가 통째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한 나무에 맺히는 모든 꽃에서 모조리 열매가 열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꽃잎이 떨어져서 나뭇잎에 앉습니다. 꽃잎은 흙으로 돌아가서 다시 나무한테 스며들 텐데, 바람을 타고 흙으로 돌아가기 앞서 나뭇잎하고 만나서 마지막 이야기를 나눕니다.

  꽃잎은 나뭇잎한테 어떤 이야기를 속삭일까요. 나뭇잎은 꽃잎더러 어떤 꿈을 품으라고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사진을 찍는 사람은 사진에 담는 모든 숨결한테 이야기를 겁니다. 또는, 사진에 담는 모든 숨결이 서로 주고받는 이야기를 귀여겨듣습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사진 한 장으로 이야기를 엮어서 베푸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우리 둘레에서 언제나 넉넉하게 일어나고 퍼지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이 숱한 이야기를 알뜰살뜰 갈무리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꽃잎이 노래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이 소리를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면, 우리는 누구나 ‘사진가’입니다. 4348.6.7.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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